한반도의 일출 촬영 이야기 6 – 가장 힘들었던 촬영은?

2017. 9. 25. 01:00별. 그리고 사진/대한민국 구석구석

* 일전에 올린 <한반도의 일출> 영상 관련한 촬영 이야기 여섯 번째, 마지막입니다.

< 가장 힘들었던 촬영은? >

이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서 어떤 사진이 가장 힘들게 찍었을까요? 우선 생각나는 것은 울릉도에서 찍은 독도 일출입니다. 그런데 이건 준비할 것이 많았지 실제로 촬영이 어려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울릉도에서 독도까지의 거리가 약 90km라서 위치를 정확히 맞추는데 허용오차가 그만큼 커집니다.


예를 들면 남해 물건항의 일출에서 등대까지의 거리는 약 790m입니다. 허용오차를 태양의 시직경의 20% 수준인 0.1도라고 하면, 내 위치의 허용오차는 약 1.4m입니다. 울릉도에서는 독도까지의 거리가 훨씬 멀기 때문에 허용오차가 150m 정도나 됩니다. GPS 오차 범위 안이기 때문에 장소만 예측한다면 촬영 현장에서 위치를 정확히 조정하느라 힘들 이유는 없습니다.



가장 위치 선정이 어려웠던 작업은 거제 해금강 사자바위의 일출입니다. 두 바위 사이가 매우 좁아서 약간만 왼쪽으로 가면 떠오르는 모습이 왼쪽 바위에 가리고, 약간만 오른쪽으로 가면 해가 다 뜨기도 전에 오른쪽 바위에 가립니다. 일 년에 며칠 안 되는 이 기간에는 새벽마다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전날 밤에 미리 삼각대를 설치하고 자리를 잡고 있지만, 해가 뜨기 시작하면 양쪽에서부터 사람들이 밀고 들어옵니다. 타임랩스 촬영하는 카메라 앞에 사람이 지나가거나 삼각대 건드리지 않게 지켜내는 것도 일입니다.

울릉도에서 찍은 독도일출은 가장 위치선정이 까다로운 작업은 아니었지만, 가장 돈이 많이 든 작업입니다. 울릉도 한 번 들어갔다 나오면 1백만 원이 넘게 드니까요. 한국보다 물가 비싼 곳은 노르웨이 밖에 없었어요. 노동자 임금 대비 물가는 세게 최고일겁니다. 아무튼 제발 무단 도용은 그만 당했으면 좋겠네요.



그런데 가장 많은 실패를 거듭한 사진은 위 사진들이 아닙니다. 바로 부산 오륙도 일출입니다. 여기서 오메가는 눈으로 두 번 보긴 했는데, 이때마다 조선소 크레인이 앞을 가려서 아직도 제대로 찍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날씨 운이 워낙에 없기로 유명한 사람이라 – 비와 바람을 데리고 다닌다고 별명이 풍운아임 - 날씨가 안 도와주니 참 어렵네요. 오륙도와 왜목마을 다시 찍으면 아마 이 영상이 ver 1.1로 업그레이드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