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랩스, 별을 담다 (월간 DCM 5월호)

2013. 5. 14. 14:04Digital Photography

타임랩스, 별을 담다.
-    권오철 / 천체사진가 www.Astrophoto.kr


(월간 DCM 5월호에 실렸습니다.)


21세기는 융합의 시대다. 사진과 영상도 이제 명확하게 구분이 어려운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우선 기기가 먼저 결합했다. 2008년 8월 니콘에서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최초의 DSLR인 D90을 발표하고, 뒤따라 캐논 5D mark II가 나오면서 DSLR은 사진뿐만 아니라 동영상, 그것도 커머셜로 쓸 수 있는 품질의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기기로 탈바꿈했다. 요즘은 DSLR로 CF나 뮤직비디오, 다큐멘터리, 드라마 등을 촬영하는 일도 많다. 반대로 RED 같은 무비 카메라는 동영상의 한 프레임을 그대로 스틸컷으로 잡지 표지사진에 쓸 수 있을 정도다. 카메라와 캠코더의 경계가 무너진 것이고, 사진가와 촬영 감독의 역할이 뒤섞이고 있다.

 
타임랩스, 사진으로 영상을 만들다

사진으로 영상을 만들기도 한다. 원래 영상이라는 것이 1초에 수십 장의 사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이니 사진을 계속 찍어서 배열하면 영상이 된다. 이것을 타임랩스라고 하는데, 사전적 의미로는 영상을 빨리 돌리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시간의 흐름을 압축하여 표현하는 영상기법이다. DSLR에서 사진을 연속으로 촬영하여 타임랩스를 만들면 4K 이상의 초고화질을 손쉽게 얻어낼 수 있어서 최근 인기가 많다.

사실 타임랩스는 일반 무비 카메라로도 촬영할 수 있다. 편집기에서 빨리 돌리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별이 들어가는 영상은 DSLR에서 장노출로 촬영한 사진을 이어 붙어야 좋은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최근 감도가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무비카메라의 최저 셔터속도인 1/30초의 짧은 노출로는 별을 제대로 담기 어렵다. 이번에는 타임랩스로 별을 담는 과정을 살펴보는 것으로 타임랩스의 기초를 다져보기로 한다.


촬영 준비

타임랩스로 별을 담기 위해서는 DSLR 카메라와 렌즈, 삼각대, 그리고 일정 시간 간격으로 셔터를 눌러줄 수 있는 인터벌 타이머 릴리즈가 필요하다. 그리고 장시간의 촬영에서 렌즈에 이슬이 내릴 수 있으므로 핫팩을 준비하는 것이 좋고, 배터리도 여분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장비가 준비되면, 별을 촬영할 수 있는 맑은 날을 기다려야 한다. 또한 달이 너무 밝으면 별빛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월령도 잘 살펴서 촬영일을 골라야 한다. 대한민국은 도시의 광해가 심하고 시골에도 골프장과 스키장의 야간조명, 바다에서는 고기잡이배들의 불빛으로 별을 제대로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 처럼 어렵다. 별이 쏟아질 것 같은 날씨와 장소를 잘 고르는 것이 촬영의 95%를 좌우한다.


 
인터벌 타이머 릴리즈 사용하는 법

사진을 일정한 간격으로 계속 촬영하기 위해서 인터벌 타이머 릴리즈를 사용한다. 여러 제품이 나와 있지만 사용법은 대개 비슷하다. 가장 최근 제품이고 국산으로 가장 저렴하면서도 사용하기 편한 시큐라인 TWIN1 ISR2를 기준으로 알아보자.

 


A -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버튼. 배터리가 없이도 동작한다.
B – 누르면 액정에 불이 들어온다.
C – 설정 모드로 들어가는 버튼
D – 설정 변경을 위한 방향키
E – 누르면 인터벌 촬영을 시작하고 다시 누르면 종료한다.



C 버튼을 누를 때 마다 모드가 바뀐다. 첫 번째 타이머 모드에서는 지정한 시간이 지난 후에 촬영을 하게 된다. 00:00:10으로 설정하고 E 버튼을 누르면 10초 뒤에 촬영을 시작한다. 타임랩스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기능이고, 타이머 촬영은 카메라에도 다 있는 기능이니 이런 게 있다는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가자.


 
두 번째 모드가 바로 인터벌 촬영 모드이다. 지정한 시간 간격만큼 지난 후에 자동으로 셔터를 눌러준다. 예를 들어 여기서 00:01:30로 설정하면, 1분 30초마다 촬영이 이루어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인터벌 촬영을 하게 되면 바로 이 두 번째 모드에서 촬영 간격만 설정하고 촬영하면 된다.


 
세 번째 모드에서는 촬영 장수를 설정하는데, 신제품인 ISR2에서는 HDR 촬영을 할 수 있게 업그레이드 되어 조금 복잡해졌다. 보이는 숫자는 차례대로 한 회에 촬영할 장수, 그리고 그것의 간격, 그리고 촬영 회수이다. 예를 들어 각각 03 / 0:01 / 0300 로 설정한다면, 한 번에 3장을 1초 간격으로 HDR 촬영을 하는 것을 위 두 번째 모드에서 설정한 인터벌 간격대로 300장을 촬영하게 된다. 물론 HDR 촬영을 하려면 카메라에서 노출 브라케팅을 미리 설정해 두어야 한다. HDR 촬영이 아닌 일반 촬영에서는 맨 앞의 숫자를 01로 설정하면 된다.


 
네 번째 모드에서는 설정한 시간만큼 셔터를 눌러서 노출한다. 이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카메라의 촬영 모드를 B, 즉 벌브 모드로 설정해야 한다. 00:00:05로 설정하면 5초 동안 노출을 하게 된다. 30초 이내의 노출이라면 여기서는 00:00:00으로 설정하고 카메라에서 설정하는 것이 좋다.


별 사진 타임랩스 촬영을 시작해보자

(1) 카메라 설정을 수동으로 변경
밤에는 빛이 거의 없기 때문에 카메라의 자동 초점(AF)와 자동 노출(AE)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부분의 조작을 수동으로 해야 한다. 수동 촬영을 위해 카메라 상단의 다이얼을 수동 모드를 의미하는 [M]으로 맞춘다.

(2) 초점 맞추기
수동 초점 모드(MF)로 설정하고, 라이브뷰 모드에서 최대로 확대해서 초점을 맞추면 된다. 멀리 있는 가로등이나 달, 아니면 밝은 별을 이용하면 된다. 초점을 맞추었으면 틀어지지 않도록 테이프로 붙여두면 안전하다. 줌렌즈의 경우 화각이 바뀌면 무한대 초점의 위치가 미세하게 바뀌기 때문에 초점을 다시 맞추어야 한다.

(3) 노출의 결정
조리개는 f/4, 셔터속도는 15초, ISO 감도는 1600 정도로 설정하고 테스트 촬영을 해본다. 너무 어둡다면 조리개를 더 개방하거나, 셔터속도를 더 늘리거나, ISO감도를 올리면 된다. 하지만 조리개를 개방할수록 화질이 떨어지고, 셔터속도를 늘리다 보면 별이 점이 아니라 흘러서 길쭉한 모양으로 점점 바뀌며, ISO 감도를 올리면 그만큼 노이즈가 생기게 된다. 별이 많은 것을 선택할지 화질이 좋은 것을 선택할지 결정하는 것은 촬영자의 몫이다.

조리개 개방(왼쪽)과 조리개 조일 때(오른쪽)의 가장자리 화질 비교.  조리개 개방시 별이 점으로 나타나지 않고 각종 수차로 인하여 번진 것을 볼 수 있다.

 


 
노출 시간 비교. 24mm 렌즈로 각각 10초와 20초의 노출을 준 사진이다. 20초 노출한 사진에서는 별이동그랗지 않고 옆으로 길쭉하게 흘렀다. 웹에 올리는 정도의 크기로 축소하면 드러나지 않는다.

 


 
ISO 감도 비교. ISO 1600으로 촬영한 사진과 ISO6400으로 촬영한 사진이다. 감도가 높으면 그만큼 별이 많이 나오지만 노이즈도 증가하게 된다.

(4) 촬영 점검
한 장의 사진이 제대로 나오게 될 때까지 카메라의 노출을 설정한다. 영상은 이렇게 촬영된 한 장 한 장의 사진이 모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밤에 보는 카메라의 액정화면은 실제보다 밝게 보이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서 확인한다. 구도와 초점, 노출이 잘 맞았다고 판단되면 이제 연속으로 촬영을 시작하면 된다. 그 전에 카메라의 [장노출 노이즈 감소] 설정이 OFF로 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이 기능을 ON하면 노이즈가 약간 감소되지만, 설정한 셔터 시간만큼 촬영이 안되므로 부득이 OFF로 설정해야 한다. 예를 들면 15초 노출이라면 15초 동안 촬영한 뒤에도 카메라가 다시 15초 동안 장노출 노이즈 감소처리를 해야 하므로 그 시간 동안 촬영을 할 수 없게 된다.


(5) 인터벌과 촬영 장수의 결정
인터벌 시간은 노출시간보다 최소 2초 정도는 길게 설정해야 한다. 셔터속도가 15초였다면 인터벌 시간은 최소 17초 정도로 해야 저장 간격 등으로 인하여 촬영을 건너 뛰는 일이 없다. 단, 인터벌을 너무 길게 하면 별의 움직임이 뚝뚝 끊어지게 되므로 가능하면 최소의 간격으로 촬영하도록 한다.

촬영 장수는 영상의 길이에 맞추어 결정하면 된다. TV에 사용할 10초의 영상이 필요하다면, TV 화면에서는 1초에 약 30장의 사진이 지나가므로, 10초라면 300장을 촬영하면 된다. 앞뒤로 2초 정도씩은 여유가 있는 것이 나중에 편집할 때 좋다.

예를 들어 20초 인터벌이라면, 300장을 촬영하는데 1시간 40분이 걸린다. 10초짜리 영상을 찍는데 이렇게 오래 걸린다. 물론 촬영된 영상은 눈으로 보는 것보다 600배나 빠른 속도로 재생되는 것이다. 배속을 계산하려면 촬영간격(초)에 재생될 영상의 초당 프레임 수를 곱하면 된다. 10초 간격으로 촬영한 것을 24fps로 재생한다면 240 배속이 된다.


촬영한 사진들을 모아 영상으로 편집

촬영된 사진들은 포토샵의 Camera Raw나 Lightroom 등의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일괄 보정을 거친 후에 영상으로 만들어지게 된다. 이렇게 촬영된 사진 파일들은 일렬 번호가 붙어서 저장되는데, 이를 시퀀스(sequence) 파일이라고 한다.

시퀀스 파일로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소니 베가스 프로(Sony Vegas Pro)나 아도브 애프터 이팩트(Adobe After Effectes), 또는 프리미어(Premiere Pro), 맥 사용자라면 파이널컷 프로(Finalcut Pro) 등의 프로그램이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