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의 등급

2013. 2. 16. 01:30별, 그리고 사진 - 국외/오로라 - Yellowknife, Canada

오로라의 모습은 매번 다르다. 모양도 밝기도 색도 계속 변한다. 구름과 구별하기도 어려운 희미한 오로라도 있고, 천상 최대의 쑈가 되기도 한다. 서브스톰이 제대로 터질 때에는 밤하늘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대의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필자 뿐만 아니라 이태형 교수님도 마찬가지 의견이었는데, 오로라 서브스톰이 개기일식보다도 더 세더라는 것이다. 개기일식은 숭고, 장엄한 느낌인데, 오로라 서브스톰은 오르가즘 또는 카타르시스라는 것이다.


오로라도 등급이 있다. 갈 때마다 오로라 서브스톰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흔히 말하는 오로라 레벨도 여러 기준이 있는데, 헷갈리기 쉬우니 그 단계별로 살펴 본다.



오로라 빌리지에서 말하는 오로라 레벨


캐나다 옐로나이프의 오로라 빌리지에서는 날마다 그 날의 오로라를 1등급에서 5등급까지로 표기하여 홈페이지(www.aurora-tour.com)에 사진과 함께 올려두고 있다.



레벨 1 - 오로라가 약하게 육안으로 보이는 사람과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다.
레벨 2 - 오로라의 움직임이 정체되어있고 선명하지 않으나 오로라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 3 - 오로라가 누구에게나 보이고 다소 움직임도 확인할 수 있다.
레벨 4 - 밝고 선명한 오로라가 보이고, 움직임이 있는 오로라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 5 - 움직임이 활발한 오로라를 볼 수 있고, 오로라 폭발도 볼 수 있다.




미국 NOAA에서 말하는 Activity level


미 국 NOAA(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 해양대기청)에서는 인공위성에서 관측하여 실시간으로 오로라 오발의 상태를 Activity Level 1 에서부터 10까지의 단계로 표시하여 보여주고 있다. Activity Level 7 이상의 상태에서는 밤하늘에 작렬하는 오로라 서브스톰을 볼 수 있을 확률이 대단히 높다.
 

최대치인 Activity level 10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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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실제로 보는 느낌이 어느 정도 일지 필자의 경험에 따라 나열해 보았다. 오로라는 밝아질수록 움직임도 빨라지고 색도 다양하게 나온다.


희뿌옇게 보이는 약한 오로라

(오로라 빌리지 레벨 1~2 정도, NOAA의 Activity level 1~3 정도)


지구 자기장의 중심을 둥그렇게 싸고 있는 오로라의 거대한 띠를 오로라 오발(auroral oval)이라고 하는데, 오로라가 약할 때는 이 오로라 오발의 밝기가 희미하고 그 크기도 위축되어 있다. 지상에서 보면 북쪽에 희미한 오로라의 띠가 보일 것이다. 이때는 움직임도 느리고 밝기도 어둡다. 사람의 눈으로 보면 그저 희미하고 뿌옇게 보여서 처음 보는 사람은 옅은 구름과 구별하기도 쉽지 않을 정도다. 사진으로 찍어보면 초록색으로 나와서 오로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단계까지만 본 사람은 ‘애걔~ 이게 뭐야’라고 실망할 수도 있다.


연초록빛으로 너울거리는 오로라

(오로라 빌리지 레벨 3~4 정도, NOAA의 Activity level 4~6 정도)


오로라가 점점 강해지면 오로라 오발의 세력도 확장된다. 그 지름이 커지면서 보다 남쪽으로(남반구의 경우는 북쪽으로) 밀고 내려오면서 밝아진다. 이 때 오로라 ‘커텐’에서는 흔히 수직의 무늬 결을 볼 수 있다. 태양으로부터 날아온 입자들이 지구의 자기력선을 따라 내려 꽂히며 대기와 반응하여 만드는 오로라의 결인 것이다. 이제 눈으로도 초록빛이 희미하게 느껴지기 시작할 만큼 오로라가 밝아지며, 너울너울 움직이는 모습이 아름답다.


매우 빠르게 움직이는 오로라 댄싱

(오로라 빌리지 레벨 5 정도, NOAA의 Activity level 7~8 정도)


오로라가 밝아질수록 그 움직임도 빨라진다. 이제부터는 너울거린다는 표현보다는 말 그대로 ‘오로라 댄싱’, 즉 춤을 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오로라 ‘커튼’은 매우 빠르게 흔들리고, 커튼이 굽이치듯 꼬이기도 한다. 커튼 중 일부는 매우 밝게 타들어 가듯 빛나며, 단독으로 내려 꽂히는 빛줄기가 생기기도 한다. 이 빛줄기의 방향은 지구의 자기력선과 일치한다. 점점 밝아지면서 마치 피아노 건반을 매우 빠르게 두드리는 듯한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 정도가 되면 대개 초록색 이외에도 붉은 색 등이 눈으로도 보인다. 이 정도는 보아야 오로라를 제대로 보았다고 어디 가서 말 할 수 있다.


갑자기 밝아지며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오로라 서브스톰

(오로라 빌리지 레벨 5 정도, NOAA의 Activity level 8~10 정도)


태양 활동의 극대기에 접어들면 오로라는 자정 전후로 매우 활발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운해처럼 너울거리던 오로라의 움직임이 갑자기 빨라지고 밝아지면서 폭풍처럼 휘몰아친다. 오로라의 형광 빛이 밤하늘을 가득 채우면서 갑자기 환하게 밝아지는데 카메라 노출을 조절하지 않으면 하얗게 날아간 사진이 찍힐 정도다. 하얀 눈으로 덮인 대지도 그 빛에 공명하여 온 세상이 같이 빛난다. 그 신비로운 빛 속에 서 있으면 동화 속 이상한 나라에 온 것 같은 환상에 빠지게 된다. 태양에서 날아온 우주의 입자들이 대기권과 충돌하며 퍼져나가는 형형색색의 빛들의 떨림을 보고 있으면 가슴도 덩달아 떨린다. 밤하늘에 펼쳐진 여신의 드레스 자락을 훔쳐본 느낌이랄까.

오로라 서브스톰(auroral substorm)이라고 불리는 이 격렬한 오로라 활동은 수 분에서 수십 분 동안 짧게 지속된다. 태양 흑점 폭발의 강도에 따라 어떤 날에는 몇 번씩 나타나기도 한다. 그 밝기가 눈으로도 색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밝기 때문에 형형색색의 빛이 폭풍처럼 몰아치며 밤하늘을 물들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오로라 서브스톰은 극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최고의 우주쑈이다. 태양 흑점 폭발 소식이 뉴스에 나오면 긴장해야 할 징조다. 당신의 가슴이 우주와 공명한 증거로 눈에서 고드름이 자라날 수 있는 밤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오로라를 보러 쫒아 다니는 사람들은 오로라 서브스톰을 만나기를 간절히 기대하지만 그리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은 아니다. 내가 본 것이 서브스톰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까. 그것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 먼저 안다.